2008년 03월 17일
우리는 진정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치 않는 것일까?
요 근래 발생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모든 언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서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의 일환으로 기자실의 통폐합을 강행하려고 했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기자실통폐합"과 관련하여 시끄러울 때 나는 ☞ 국토대장정중이었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도 제대로 알 지 못했다. 그리고 11월에 여행이 끝나고서도 신문 방송에서 이 문제로 시끄러울 때에도 모든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언론탄압(?)이라고 떠들어 대는 통에 정말 그런 것인 줄 알았었다. 그러면서 나는 '임기 말에 왜 저렇게 모든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강행을 하려는 것일까? 어차피 취임하는 순간부터 그렇게도 언론으로부터 탄압(?)을 받아왔던 대통령이었는데, 굳이 물러나야 하는 시점에까지 와서 언론으로부터 탄압(?)을 받아가면서 왜 할려고 할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중에 얼마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하려고 했던 기자실통폐합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물론 이 때도 채널을 돌리는 중에 잠깐 들었던 내용이었던 지라 전체적으로 무엇이 잘 되고, 무엇이 잘 못되었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는 '뭔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제일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어난 몇가지 사건을 지켜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자실통폐합"조치가 언론탄압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언론으로부터의 탄압(?)을 무릅쓰면서 강행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3월 7일에 있었던 YTN돌발영상 - 마이너리티리포트와 관련하여 청와대의 반응, 그리고 그 이후 발생했던 YTN기자의 춘추관 출입금지같은 어처구니없는 일, 그리고 얼마전 김회장네 둘째 용식이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사퇴를 요구한 직후 기자들과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기자들에게 했던 "내 방 바로 옆에 기자실을 만들겠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했었던 것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 수가 있었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겠다. 무릇 사람은 누군가와 친밀해지게 되면 그 상대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친구의 허물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하는 것이 특히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이렇다 보니 조직사회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비판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말에 모두 동의를 할 것이다. 자기와 친하지 않은 상사에 대해서는 비판하기가 쉽겠지만 자신과 친밀한 상사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즉 제대로 된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건, 사회에서건, 아니 모든 조직사회에서 서로간에 어느 정도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 감사팀이 있는데 감사팀장과 아주 친한 사람이 다른 팀의 직원이라면 이 직원에게서 약간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감사팀장이 원칙에 따라 징계를 하기가 힘든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기자들과 정부고위관료들간에는 당연히 상당 부분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경계하면서 거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YTN돌발영상사건이 있은 후 청와대출입기자단의 어이없는 행동의 경우에서도 폐해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KBS Media Focus에서 이것과 관련해서 보도(2008.03.15 토요일)를 했었는데 이 보도에서도 청와대출입기자들이 (미국과는 다르게-미국은 백악관출입기자가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 출입기자로 남는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 모조리 바뀐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즉 현재의 청와대출입기자들은 이제껏 한나라당출입기자들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김회장네 둘째 용식이가 말했듯이 장관실 바로 옆에 기자실을 둔다면 장관과 기자들이 수시로 얼굴을 마주치게 될 것이고, 같이 식사도 하게 될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자들은 그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여 뭐가 잘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려고 애를 쓰기 보다는 그냥 장관이나 그 부처의 입장을 아무런 비판없이 그냥 기사로 옮겨 적는(받아쓰기만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일반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냥 언론에서 내 보내는 정보만을 보고, 듣고, 알게 되어 심각한 여론호도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고자 "기자실통폐합"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도 혹자(或者)들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느냐?"라고 타박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본다면 결코 말이 되지 않는 소리가 아님을 모두가 알 것이다. 오늘(2008.03.17 월요일)도 아침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청문회를 잠시 시청하였는데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과 최시중 내정자 사이의 대화를 들으면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옮겨보면 이런 식의 대화 내용이었다. "내정자께서 대통령의 가장 측근이긴 하지만 언론인의 양심으로 결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지요?"라는 물음에 "그렇습니다."라는 대답... 이건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편의 코미디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은 "일단 두고 보자,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단지 추측일 뿐이지 않느냐! 만약 그렇다면 나중에 비판을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 할 것이다. 하지만 두고 보면 이제는 "땡전뉴스"가 아닌 "땡박뉴스"를 반드시 듣게 될 것이다. 그것도 지상파뿐만이 아니라, 모든 신문 방송에서 "땡박뉴스"만을 듣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에서 나오는 우려가 아님을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다. 벌써부터 몇몇 신문방송은 "땡박뉴스"를 내보내고 있지 않은가!(관련기사 ☞ 땡박뉴스, 일도 아니다) 이렇게 된다면 그 때는 어느 언론에서 그러한 사태에 대해서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노리는 것도 이것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 임명만 된다면 그 이후에는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으로...(이건 특히 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어제 뉴스를 들으니 청와대에 있는 사람이 "이제 20일 정도 지났을 뿐인데 한 6개월 정도 지난 듯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건 바꿔 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과 정확히 같은 말이다(누구는 이걸 격조있는 표현이라고 하던데, 참으로 웃음밖에 안 나온다. 푸하하). 하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선 후 지금까지 딱 3개월이 지났는데 벌써 30년 정도는 흘러간 듯하다(이것은 앞으로 흘러간 것이 아니라 뒤로 흘러갔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또 "이전 정권은 상황이 아주 좋았을 때 정권을 잡았다."고도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노무현 탓"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우니 이제는 "외부상황 탓"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럴 때에는 정권의 안정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 뉴스를 들으면서 몇 년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아마 지난 17대 총선 직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열린우리당을 돕고 싶다."라고... 그리고 그 직후 언론과 한나라당이 무슨 짓을 했었는지를 우리들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그런데 모든 언론에서 이번에는 그렇게 말했다는 것만 보도를 할 뿐 그 당시와 같은 비판은 전혀 없었다. 과연 4년 전이었다면 언론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정말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스스로 과거로 회귀(回歸)하겠다는 언론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 새삼 머릿속에 강렬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진정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치 않는 것일까?"
# by | 2008/03/17 15:01 | 언론 비평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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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사 나름 논리적이라고 봤던 사람조차도 헛소리를 하길래 그냥 말을 말았더니 알고보니 개독이더군요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자신이 괜찮은 인간으로 보이게끔 이미지 플레이를 펼치는건 정말 가증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