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8일
2007년 10월 28일 일요일(172일차)...
날 씨 : 맑음(구름 제법, 바람 많음)
시 간 : 08:50 ~ 18:48
숙 박 : 프라임모텔(제주시 이도일동)
숙박료 : 40,000원
거 리 : 약 29㎞(18㎞ + 11㎞)
누 적 : 약 3,243㎞
비 용 : 112,000원
내 역 : 아침 겸 점심(8,000원-김밥 및 사발면, 진달래대피소), 택시비(15,000원-제주시~성판악 휴게소),
저녁(25,000원-삼계탕 외, 춘하추동, 제주시 도남동), 주전부리(24,000원-보쌈 외)
경 로 : 성판악 매표소 ~ 진달래밭대피소 ~ 백록담 ~ 용진각대피소 ~ 관음사 매표소 ~ 도깨비도로
~ 아라동 ~ 이도동 ~ 도남동 ~ 이도일동



07:00 기상
한라산 등반을 위하여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다.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내려오는 길이 대략 9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여 최소한 9시 정도에는 성판악에 도착하여야 정상 등반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07:52 출발
숙소를 나와 택시를 불렀다.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 되므로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할 듯하여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성판악으로 가면서 한라산을 오르면서 먹을 김밥을 사기 위해
김밥 가게에 들렀다. 친구가 김밥을 사는 동안 나는 택시기사분과 잠시 대화를 했다. 밭에서 벼농사를 짓는 것이
아무래도 재미있어 보여 질문을 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예전부터 제주도에서는 쌀이 생산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도 못했으니
쌀을 구경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도 육지에서 조금씩 들어오는 쌀이 있어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집안에 제사가 있을 때에 하얀 쌀밥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쌀을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이전부터 조금씩
밭에 벼를 심어 재배를 했다고... 그리고 밭에서 생산되는 쌀의 품질은 일반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의 품질이라고 한다.
재배하는 것도 논에서 재배하는 것에 비해 크게 힘들지 않다고... 단지 스프링클러로 물만 지속적으로 공급을 해 주면
된다고...
친구가 김밥을 사 와서 택시를 타고 성판악으로 향했다. 성판악으로 향하면서 보니 나중에 하산을 하게 될 관음사로
들어가는 진입로도 보이고,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목장도 보이고...
08:31 성판악 도착
오늘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마지막으로 오르는 국립공원이다. 이제까지 산 14개를 포함해서 총 19개의 국립공원을
지나왔다. 오늘로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물론 내일 제주도를 벗어나서 부산에 도착하면 다시 포항으로
가서 울릉도와 독도를 가게 될 것이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던 국립공원 탐방은 오늘로써 끝이 난다.
길고 길었던 6개월 여의 여정이 오늘로써 그 마지막에 이르렀다. 감개가 무량하다. 벅찬 가슴을 억누르고 친구와 함께
성판악에서 정상을 향해 출발~
08:50 성판악 출발
오늘도 사람들은 많았다. 날씨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맑았다. 구름이 조금 끼어 있긴 했지만...
가족단위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길이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찾는 모양이었다. 아이들도 많이 보이고...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친구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완만한 경사라 하더라도 산행은
만만하지 않다. 얼마 오르다 보니 벌써 숨이 턱에까지 차 오른다.
잠시 등산로 옆 의자에 앉아 쉬었다. 조금 있으니 친구도 도착하여 같이 앉아서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
친구는 큰 볼일이 급하다고 한다. 원래 아까 성판악휴게소에서 해결을 하려고 하였으나, 사람이 워낙 많아 오르면서
해결을 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별 수 없다. 화장실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걷는 수 밖에...
완만한 경사에 길게 이어지는 길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만 하였으나, 붉게 물든 단풍이 쉽게 지치지 않게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친구를 뒤로 하고 그렇게 열심히 오르다 앞을 보니 샘이 하나 보였다. 이름은 사라악샘이라고 한다.
09:46 사라악샘 도착
그리고 그 옆으로는 화장실도 보이고... 아무래도 급한 친구의 일을 이 곳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식수를
교체하고, 앉아 쉬면서 친구를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쉬면서 과일도 먹고, 밥도 먹고...
그러나 시간이 된 듯도 한데 친구가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이지?' 궁금해 하던 차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벌써 지나쳤다고... 화장실 얘기를 했더니 참을 만해서 휴게소에 가서 해결을 하려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출발~
09:55 출발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조금 빠르게 올랐다. 아마도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한참을 오르니 등산로 한켠에
마련된 쉼터에서 친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시 친구와 합류하여 걷다가, 친구를 뒤로 하고 또 혼자서 오르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는 나의 근력과 지구력을 시험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곳 있을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물론 절반만)를 할 수 있을 지를 판단하기 위해 열심히 부지런히 오르고 또 올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가다 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기로 한 진달래밭에 도착하였다.
10:53 진달래밭 도착
진달래밭대피소는 무슨 공사인지 공사를 하느라 포크레인 소리로 시끄러웠다. 현재 한라산의 경우 대피소에서
숙박을 할 수 없게 되어있는데, 혹시 대피소에서 숙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공사를 하는 것인가...???
그런 게 아니라면 이렇게 포크레인까지 동원해서 공사를 할 만한 게 없는데...???
현재 한라산의 경우 대피소에서 숙박이 되지 않는 관계로 진달래밭대피소에서 12:30에 정상으로의 등반이 통제된다.
물론 관음사쪽(용진각대피소에서 12:30에 입산 통제)에서도 마찬가지이고... 11월 동절기부터는 30분씩 앞당겨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달부터는 12:00에 진달래대피소와 용진각대피소에서 정상으로의 출입을 통제한다.
그러다 보니 한라산에서 일출을 볼 수가 없는데... 친구 말대로 대피소에서 숙박이 가능하다면 이튿날 한라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가 있게 되니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걸 노리고 공사를 하는 것 같다.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와 함께 사발면을 사서 김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사발면을 판매하다보니 한켠에 라면과 국물을 버릴 수 있는 잔반통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곳 대피소까지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모노레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듯 한데... 이렇게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으니 사발면 포장용기까지
함께 수거하여 처리를 하면 어떨런지... 다른 것이야 부피가 크지도 않으니 별 문제가 없지만 사발면 포장용기라면
부피도 만만치가 않은데... 게다가 이 곳까지 올라오면서 보니 여기 저기 사발면용기가 많이 버려져 있었다.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은 좋을 것 같다.
자신들이 가져 온 쓰레기야 당연히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둬야 하겠지만 대피소에서 판매한 것이라면 함께 수거하여
처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에 따뜻한 햇빛에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데, 옆에서 식사를 마친 중년의 아저씨들 중 한 분이
과감하게도 담배를 꺼내 피워 무는 모습이 보였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참으로 보기 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모습을 본 관리공단 직원 한 분이 그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담배를 피면 벌금 500,000원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 얘기를 듣고는 황급히 담배를 끄고, 쓴 웃음을 짓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롭게도 보였다. 제발 두번 다시 산에서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구름이 몰려 들면 정상에서 제대로 경치를
감상할 수가 없는데...
11:48 출발
정상까지 1시간 조금 더 가면 도착할 것 같다. 성판악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 일반적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니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는 백록담까지는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 같다. 김밥과 사발면으로 배도 채웠으니 다시 힘을 내서 속도를 냈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1㎞남았다고 한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을 내서 오르고 있었다. 나도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더욱 더 힘을 냈다. 그러나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제일 싫어하는 계단이 쭉 이어졌다. 아마도 정상까지 이어져 있는 모양인데... 얼마 남지 않은 정상까지
조금 힘들어도 그냥 쉬지 않고 오를까?했으나,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12:33 휴식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어온다. 숲속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숲을 빠져 나와 바람을 막아줄 그 어느 것도 없으니
불어 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바람이 아주 시원했다.
계단 끝부분에 걸터 앉아서 아래를 보니 서귀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물론 구름이 많아 아주 선명하게,
그리고 바다까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 밑으로 보이는 서귀포 시내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저 구름을 타고 세상을 떠돌아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자유롭게 거침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렇게 살아야지...
시원하던 바람이 땀이 식으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빨리 출발해야겠다.
이제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지막 힘을 내야지...
12:43 출발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드디어 백록담에 도착했다.
12:53 백록담 도착
백록담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백록담 안에 물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며칠 전에 비가 그렇게 많이 왔다고
했는데... 겨우 이 정도라니... 그러나 그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
백록담에서 부는 바람은 더 세차고 매서웠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세차게 불어왔다. 그러나 백록담에
선 나는 그런 것에 아랑곳 않고 나만의 분위기를 즐겼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20번째 국립공원인 한라산 정상에
섰다. 물론 한라산의 진정한 정상은 건너편 서쪽능선에 있지만... 그 곳은 현재 출입 불가... 그렇다고 나의 이
기분이 반감되거나 하진 않는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여정들... 이제는 정말 끝이다. 이제까지 지나왔던 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주도를 벗어나서 울릉도와
독도도 다녀와야 한다. 너무 들뜨지 말아야지...
친구와 함께 사진도 찍고, 여기 저기 전화도 하면서 한라산 정상에 선 기분을 한껏 만끽하고, 하산을 준비했다.
다른 산과는 다르게 역시 정상에서도 등산객들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관리공단 직원이 시간을 확인한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시간은 14:00 정각. 이 시간 전에 모든 등산객들은 성판악으로든, 관음사쪽으로든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해가 떨어지기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으므로...
13:32 출발
관음사까지는 약 8.7㎞다. 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쉬엄쉬엄 내려가야지...
내려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경치는 성판악에서 보는 경치와는 사뭇 달랐다. 성판악의 경우는 정상에 거의 도달해서야
주위 경관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곳은 그렇지 않고, 절반 이상의 거리를 내려 오는 동안 백록담까지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붉게 단풍이 든 한라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도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대면서 하산했다. 어느새 우리나라 최남쪽 제주도까지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아마도 강원도쪽은 단풍이 거의
끝이 났을 것 같고, 내장산쪽은 최고의 절정을 이루고 있을 것 같다.
14:20 용진각대피소 도착
용진각대피소에서 잠시 쉬면서 식수를 보충하려고 했으나, 사람도 보이지 않고, 쉴 만한 장소도 보이지 않았다.
같이 하산하던 분들 중 한 분이 조금 더 내려가면 약수터가 있다고 하신다.
14:25 약수터 도착
역시 조금 내려가니 조금 안쪽으로 약수터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배낭을 벗어 던지고, 약수터로 향했다.
꿀맛이었다. 물병에 물을 채우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14:31 출발
갑자기 주위가 안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한라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안개에 싸인 삼각봉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음산하고, 조금은 신비스러운... 그러한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연출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후 안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 아쉽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이제는 더 이상 주위 경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도가 내려갈수록 숲이 울창해지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가려버렸다.
15:14 휴식
절반 정도 내려왔다. 이 곳에서 푹 쉬었다 가기로 했다.
원래는 관음사로 하산을 하여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로 갔다가 내일 다시 관음사쪽으로 나와서 제주여객선터미널까지
걸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 조금 속도를 내어 제주시내까지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친구에게 얘기를 했더니 친구도 그렇게 하자고 한다.
물론 친구는 관음사까지 걷는 것으로 끝을 내고,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로 들어가기로 하고...
관음사로 내려가더라도 버스를 타려면 약 3㎞정도를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그 곳에서 제주시청까지 약 7㎞정도만 더
가면 된다. 그렇다면 굳이 버스를 타고 가서 내일 다시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다 오늘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제주시내까지
걸어가면 내일 좀 더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크하하.
그렇게 친구와 얘기를 끝내고 아주 편안하게 쉬었다. 옆에서 같이 쉬고 있던 일가족이 주는 떡을 먹으면서 허기진 배도
채우고... 마침 허기가 지던 차에 떡을 먹어 배를 채울 수 있게 해 줘 아주 고마웠다. 경기도에서 오셨다고 하는데...
자녀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 모습이 보기에 아주 좋았다. 그런데 중학생과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두 아들은 아주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체격은 아주 큰데... 그 모습을 보면서 요즘의 10대들의 자화상이 저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15:40 출발
오늘 아직도 갈 길이 멀어 친구보다 빨리 걸음을 재촉했다. 친구도 제주시내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장난삼아 친구에게 한마디했다. "이러다가 내가 먼저 도착하는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친구가 왈,
"아무려면 그렇게까지야...?"
그렇게 잠시 얘기를 한 뒤 부지런히 걸었다. 먼저 내려가던 분들이 나의 걸음을 보시더니 왜 그렇게 빨리 내려가냐?고
쉬엄쉬엄 가라고 말씀들을 하신다. 나는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16:50 관음사 매표소 도착
화장실에 들러 용무를 해결하고, 출발을 하려는데 친구가 벌써 내려왔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여튼 친구도 대단하다. 그 덩치에 쉬지도 않고, 열심히 내려오다니...
17:00 출발
친구에게 먼저 간다고 얘기를 하고, 제주시내를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제주시내까지는 약 10㎞...
친구와 제주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제 버스를 내렸던 곳이기도 하고, 근처에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를 구하기가
쉬울 듯하여...
그러나 걷다가 만나는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친구와 통화하여 바뀐 장소에서 보자고 했다. 그래봐야 터미널과 별로
떨어져 있지도 않지만...
17:19 도깨비도로 도착
착시현상으로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보이는 곳이다. 몇 명이 신기한 지 시동을 끈 오토바이로 직접 실험을 하고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진짜로 오토바이가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듯 보였다.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의도적으로 이러한 도로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작전을 쓴 것 같은데...
잠시 구경을 하고 제주시내를 향해 걸어 내려갔다. 조금씩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만약 우리나라 모든 도로를 제주도의 도로처럼 정비를 한다면 사고의 염려없이 편하게
걷고, 자전거를 타고 할 수 있을텐데... 언제쯤 그러한 날이 오려는지... 모두들 기름값이 비싸다고, 또 살기가 힘들다고,
그리고 환경을 걱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천은 하지 않으니...
목적지에 가까워오면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친구는 이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이제 한 20분 정도만 더 가면 되는데... 아까 내가 얘기했던대로 아무래도 내가 먼저 도착할 것 같다. 크하하...
18:48 저녁식사
친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식사를 시켜놓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이제 버스에서 내려 제주시청에
도착했다고... 택시를 타고 어디어디로 오라고 얘기를 해 주고, 잠시 기다리니 친구가 도착했다.
오늘의 먹을거리는 삼계탕이다. 친구와 삼계탕에 소주를 한 잔하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정리했다.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인터넷이 되는 모텔을 골라 투숙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인터넷은 별로 사용하지도 못했다.
숙소에서 또 간단하게 친구와...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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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간 : 08:50 ~ 18:48
숙 박 : 프라임모텔(제주시 이도일동)
숙박료 : 40,000원
거 리 : 약 29㎞(18㎞ + 11㎞)
누 적 : 약 3,243㎞
비 용 : 112,000원
내 역 : 아침 겸 점심(8,000원-김밥 및 사발면, 진달래대피소), 택시비(15,000원-제주시~성판악 휴게소),
저녁(25,000원-삼계탕 외, 춘하추동, 제주시 도남동), 주전부리(24,000원-보쌈 외)
경 로 : 성판악 매표소 ~ 진달래밭대피소 ~ 백록담 ~ 용진각대피소 ~ 관음사 매표소 ~ 도깨비도로
~ 아라동 ~ 이도동 ~ 도남동 ~ 이도일동

<한라산 산행 경로>

<172일차 경로>

<누적 경로>
07:00 기상
한라산 등반을 위하여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다.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내려오는 길이 대략 9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여 최소한 9시 정도에는 성판악에 도착하여야 정상 등반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07:52 출발
숙소를 나와 택시를 불렀다.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 되므로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할 듯하여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성판악으로 가면서 한라산을 오르면서 먹을 김밥을 사기 위해
김밥 가게에 들렀다. 친구가 김밥을 사는 동안 나는 택시기사분과 잠시 대화를 했다. 밭에서 벼농사를 짓는 것이
아무래도 재미있어 보여 질문을 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예전부터 제주도에서는 쌀이 생산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도 못했으니
쌀을 구경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도 육지에서 조금씩 들어오는 쌀이 있어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집안에 제사가 있을 때에 하얀 쌀밥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쌀을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이전부터 조금씩
밭에 벼를 심어 재배를 했다고... 그리고 밭에서 생산되는 쌀의 품질은 일반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의 품질이라고 한다.
재배하는 것도 논에서 재배하는 것에 비해 크게 힘들지 않다고... 단지 스프링클러로 물만 지속적으로 공급을 해 주면
된다고...
친구가 김밥을 사 와서 택시를 타고 성판악으로 향했다. 성판악으로 향하면서 보니 나중에 하산을 하게 될 관음사로
들어가는 진입로도 보이고,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목장도 보이고...
08:31 성판악 도착
오늘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마지막으로 오르는 국립공원이다. 이제까지 산 14개를 포함해서 총 19개의 국립공원을
지나왔다. 오늘로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물론 내일 제주도를 벗어나서 부산에 도착하면 다시 포항으로
가서 울릉도와 독도를 가게 될 것이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던 국립공원 탐방은 오늘로써 끝이 난다.
길고 길었던 6개월 여의 여정이 오늘로써 그 마지막에 이르렀다. 감개가 무량하다. 벅찬 가슴을 억누르고 친구와 함께
성판악에서 정상을 향해 출발~
08:50 성판악 출발
오늘도 사람들은 많았다. 날씨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맑았다. 구름이 조금 끼어 있긴 했지만...
가족단위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길이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찾는 모양이었다. 아이들도 많이 보이고...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친구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완만한 경사라 하더라도 산행은
만만하지 않다. 얼마 오르다 보니 벌써 숨이 턱에까지 차 오른다.
잠시 등산로 옆 의자에 앉아 쉬었다. 조금 있으니 친구도 도착하여 같이 앉아서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
친구는 큰 볼일이 급하다고 한다. 원래 아까 성판악휴게소에서 해결을 하려고 하였으나, 사람이 워낙 많아 오르면서
해결을 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별 수 없다. 화장실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걷는 수 밖에...
완만한 경사에 길게 이어지는 길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만 하였으나, 붉게 물든 단풍이 쉽게 지치지 않게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친구를 뒤로 하고 그렇게 열심히 오르다 앞을 보니 샘이 하나 보였다. 이름은 사라악샘이라고 한다.
09:46 사라악샘 도착
그리고 그 옆으로는 화장실도 보이고... 아무래도 급한 친구의 일을 이 곳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식수를
교체하고, 앉아 쉬면서 친구를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쉬면서 과일도 먹고, 밥도 먹고...
그러나 시간이 된 듯도 한데 친구가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이지?' 궁금해 하던 차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벌써 지나쳤다고... 화장실 얘기를 했더니 참을 만해서 휴게소에 가서 해결을 하려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출발~
09:55 출발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조금 빠르게 올랐다. 아마도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한참을 오르니 등산로 한켠에
마련된 쉼터에서 친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시 친구와 합류하여 걷다가, 친구를 뒤로 하고 또 혼자서 오르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는 나의 근력과 지구력을 시험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곳 있을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물론 절반만)를 할 수 있을 지를 판단하기 위해 열심히 부지런히 오르고 또 올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가다 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기로 한 진달래밭에 도착하였다.
10:53 진달래밭 도착
진달래밭대피소는 무슨 공사인지 공사를 하느라 포크레인 소리로 시끄러웠다. 현재 한라산의 경우 대피소에서
숙박을 할 수 없게 되어있는데, 혹시 대피소에서 숙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공사를 하는 것인가...???
그런 게 아니라면 이렇게 포크레인까지 동원해서 공사를 할 만한 게 없는데...???
현재 한라산의 경우 대피소에서 숙박이 되지 않는 관계로 진달래밭대피소에서 12:30에 정상으로의 등반이 통제된다.
물론 관음사쪽(용진각대피소에서 12:30에 입산 통제)에서도 마찬가지이고... 11월 동절기부터는 30분씩 앞당겨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달부터는 12:00에 진달래대피소와 용진각대피소에서 정상으로의 출입을 통제한다.
그러다 보니 한라산에서 일출을 볼 수가 없는데... 친구 말대로 대피소에서 숙박이 가능하다면 이튿날 한라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가 있게 되니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걸 노리고 공사를 하는 것 같다.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와 함께 사발면을 사서 김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사발면을 판매하다보니 한켠에 라면과 국물을 버릴 수 있는 잔반통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곳 대피소까지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모노레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듯 한데... 이렇게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으니 사발면 포장용기까지
함께 수거하여 처리를 하면 어떨런지... 다른 것이야 부피가 크지도 않으니 별 문제가 없지만 사발면 포장용기라면
부피도 만만치가 않은데... 게다가 이 곳까지 올라오면서 보니 여기 저기 사발면용기가 많이 버려져 있었다.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은 좋을 것 같다.
자신들이 가져 온 쓰레기야 당연히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둬야 하겠지만 대피소에서 판매한 것이라면 함께 수거하여
처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에 따뜻한 햇빛에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데, 옆에서 식사를 마친 중년의 아저씨들 중 한 분이
과감하게도 담배를 꺼내 피워 무는 모습이 보였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참으로 보기 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모습을 본 관리공단 직원 한 분이 그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담배를 피면 벌금 500,000원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 얘기를 듣고는 황급히 담배를 끄고, 쓴 웃음을 짓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롭게도 보였다. 제발 두번 다시 산에서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구름이 몰려 들면 정상에서 제대로 경치를
감상할 수가 없는데...
11:48 출발
정상까지 1시간 조금 더 가면 도착할 것 같다. 성판악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 일반적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니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는 백록담까지는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 같다. 김밥과 사발면으로 배도 채웠으니 다시 힘을 내서 속도를 냈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1㎞남았다고 한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을 내서 오르고 있었다. 나도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더욱 더 힘을 냈다. 그러나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제일 싫어하는 계단이 쭉 이어졌다. 아마도 정상까지 이어져 있는 모양인데... 얼마 남지 않은 정상까지
조금 힘들어도 그냥 쉬지 않고 오를까?했으나,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12:33 휴식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어온다. 숲속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숲을 빠져 나와 바람을 막아줄 그 어느 것도 없으니
불어 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바람이 아주 시원했다.
계단 끝부분에 걸터 앉아서 아래를 보니 서귀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물론 구름이 많아 아주 선명하게,
그리고 바다까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 밑으로 보이는 서귀포 시내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저 구름을 타고 세상을 떠돌아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자유롭게 거침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렇게 살아야지...
시원하던 바람이 땀이 식으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빨리 출발해야겠다.
이제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지막 힘을 내야지...
12:43 출발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드디어 백록담에 도착했다.
12:53 백록담 도착
백록담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백록담 안에 물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며칠 전에 비가 그렇게 많이 왔다고
했는데... 겨우 이 정도라니... 그러나 그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
백록담에서 부는 바람은 더 세차고 매서웠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세차게 불어왔다. 그러나 백록담에
선 나는 그런 것에 아랑곳 않고 나만의 분위기를 즐겼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20번째 국립공원인 한라산 정상에
섰다. 물론 한라산의 진정한 정상은 건너편 서쪽능선에 있지만... 그 곳은 현재 출입 불가... 그렇다고 나의 이
기분이 반감되거나 하진 않는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여정들... 이제는 정말 끝이다. 이제까지 지나왔던 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주도를 벗어나서 울릉도와
독도도 다녀와야 한다. 너무 들뜨지 말아야지...
친구와 함께 사진도 찍고, 여기 저기 전화도 하면서 한라산 정상에 선 기분을 한껏 만끽하고, 하산을 준비했다.
다른 산과는 다르게 역시 정상에서도 등산객들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관리공단 직원이 시간을 확인한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시간은 14:00 정각. 이 시간 전에 모든 등산객들은 성판악으로든, 관음사쪽으로든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해가 떨어지기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으므로...
13:32 출발
관음사까지는 약 8.7㎞다. 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쉬엄쉬엄 내려가야지...
내려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경치는 성판악에서 보는 경치와는 사뭇 달랐다. 성판악의 경우는 정상에 거의 도달해서야
주위 경관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곳은 그렇지 않고, 절반 이상의 거리를 내려 오는 동안 백록담까지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붉게 단풍이 든 한라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도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대면서 하산했다. 어느새 우리나라 최남쪽 제주도까지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아마도 강원도쪽은 단풍이 거의
끝이 났을 것 같고, 내장산쪽은 최고의 절정을 이루고 있을 것 같다.
14:20 용진각대피소 도착
용진각대피소에서 잠시 쉬면서 식수를 보충하려고 했으나, 사람도 보이지 않고, 쉴 만한 장소도 보이지 않았다.
같이 하산하던 분들 중 한 분이 조금 더 내려가면 약수터가 있다고 하신다.
14:25 약수터 도착
역시 조금 내려가니 조금 안쪽으로 약수터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배낭을 벗어 던지고, 약수터로 향했다.
꿀맛이었다. 물병에 물을 채우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14:31 출발
갑자기 주위가 안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한라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안개에 싸인 삼각봉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음산하고, 조금은 신비스러운... 그러한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연출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후 안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 아쉽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이제는 더 이상 주위 경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도가 내려갈수록 숲이 울창해지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가려버렸다.
15:14 휴식
절반 정도 내려왔다. 이 곳에서 푹 쉬었다 가기로 했다.
원래는 관음사로 하산을 하여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로 갔다가 내일 다시 관음사쪽으로 나와서 제주여객선터미널까지
걸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 조금 속도를 내어 제주시내까지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친구에게 얘기를 했더니 친구도 그렇게 하자고 한다.
물론 친구는 관음사까지 걷는 것으로 끝을 내고,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로 들어가기로 하고...
관음사로 내려가더라도 버스를 타려면 약 3㎞정도를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그 곳에서 제주시청까지 약 7㎞정도만 더
가면 된다. 그렇다면 굳이 버스를 타고 가서 내일 다시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다 오늘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제주시내까지
걸어가면 내일 좀 더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크하하.
그렇게 친구와 얘기를 끝내고 아주 편안하게 쉬었다. 옆에서 같이 쉬고 있던 일가족이 주는 떡을 먹으면서 허기진 배도
채우고... 마침 허기가 지던 차에 떡을 먹어 배를 채울 수 있게 해 줘 아주 고마웠다. 경기도에서 오셨다고 하는데...
자녀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 모습이 보기에 아주 좋았다. 그런데 중학생과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두 아들은 아주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체격은 아주 큰데... 그 모습을 보면서 요즘의 10대들의 자화상이 저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15:40 출발
오늘 아직도 갈 길이 멀어 친구보다 빨리 걸음을 재촉했다. 친구도 제주시내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장난삼아 친구에게 한마디했다. "이러다가 내가 먼저 도착하는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친구가 왈,
"아무려면 그렇게까지야...?"
그렇게 잠시 얘기를 한 뒤 부지런히 걸었다. 먼저 내려가던 분들이 나의 걸음을 보시더니 왜 그렇게 빨리 내려가냐?고
쉬엄쉬엄 가라고 말씀들을 하신다. 나는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16:50 관음사 매표소 도착
화장실에 들러 용무를 해결하고, 출발을 하려는데 친구가 벌써 내려왔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여튼 친구도 대단하다. 그 덩치에 쉬지도 않고, 열심히 내려오다니...
17:00 출발
친구에게 먼저 간다고 얘기를 하고, 제주시내를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제주시내까지는 약 10㎞...
친구와 제주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제 버스를 내렸던 곳이기도 하고, 근처에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를 구하기가
쉬울 듯하여...
그러나 걷다가 만나는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친구와 통화하여 바뀐 장소에서 보자고 했다. 그래봐야 터미널과 별로
떨어져 있지도 않지만...
17:19 도깨비도로 도착
착시현상으로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보이는 곳이다. 몇 명이 신기한 지 시동을 끈 오토바이로 직접 실험을 하고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진짜로 오토바이가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듯 보였다.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의도적으로 이러한 도로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작전을 쓴 것 같은데...
잠시 구경을 하고 제주시내를 향해 걸어 내려갔다. 조금씩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만약 우리나라 모든 도로를 제주도의 도로처럼 정비를 한다면 사고의 염려없이 편하게
걷고, 자전거를 타고 할 수 있을텐데... 언제쯤 그러한 날이 오려는지... 모두들 기름값이 비싸다고, 또 살기가 힘들다고,
그리고 환경을 걱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천은 하지 않으니...
목적지에 가까워오면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친구는 이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이제 한 20분 정도만 더 가면 되는데... 아까 내가 얘기했던대로 아무래도 내가 먼저 도착할 것 같다. 크하하...
18:48 저녁식사
친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식사를 시켜놓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이제 버스에서 내려 제주시청에
도착했다고... 택시를 타고 어디어디로 오라고 얘기를 해 주고, 잠시 기다리니 친구가 도착했다.
오늘의 먹을거리는 삼계탕이다. 친구와 삼계탕에 소주를 한 잔하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정리했다.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인터넷이 되는 모텔을 골라 투숙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인터넷은 별로 사용하지도 못했다.
숙소에서 또 간단하게 친구와...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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